[집파보기] 고분양가에 미분양 속출…집값 상승 ‘악순환’ 가속

기사승인 2024. 05. 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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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부추기는 고분양가>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1년 새 24% '껑충'
조합·시공사 이해관계 속 피해는 일반분양자 몫
"수요자가 꼼꼼히 따져서 시장가격 주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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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파보기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정비사업도 결국은 조합과 시공사 양측 모두 이익을 내야 하는 사업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땅주인인 조합은 일반분양 수익으로, 시공사는 공사 이윤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장받았지만, 수년째 이어진 고금리·고물가로 분양경기가 침체하고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이익이 여의치 않자 분양가 인상으로 최대한 손해를 일반 분양계약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일반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고, 주변 집값마저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 손해 보지 않으려는 조합과 시공사의 팽팽한 이해관계에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분양자가 떠안고 있다.

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지난 3월 말 기준 3.3㎡당 3801만원으로, 1년 전(3067만원)보다 24%나 뛰었다. 수도권의 3.3㎡당 평균 분양가도 2597만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 올랐다.

공사비 상승 여파다. 최근에는 공사비 3.3㎡당 1000만원 시대도 열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3.3㎡당 1070만원에 수주했고,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은 3.3㎡당 공사비 1300만원으로 정비사업 중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아파트 분양가는 보통 원가에 개발이익을 추가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인데, 최근 분양 원가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인 공사비(건축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분양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일부에서는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조차 전체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택지비보다 건축비가 더 많이 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HUG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 중 택지비 비율은 45%로, 전월 78%에서 33%포인트가 떨어졌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미분양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일반분양가를 3.3㎡당 평균 3350만원을 책정한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이문3구역 재개발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분양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118가구를 팔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 분양가가 12억∼14억원 선으로, 같은 해 8월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의 동일 평형 최고가(10억9900만원)보다 2억~4억원 가량 비싼 게 미분양 원인으로 보고 있다.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상도11구역 재개발 아파트)도 수차례의 청약 시도에도 잔여 물량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분양 당시 전용 84㎡형 분양가를 최고 13억9300만원대로 책정했다. 인근 역세권 신축 단지인 '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엘' 시세보다 1억~2억원가량 비싸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고분양가에 미분양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조합이 가격(일반분양가)을 낮추지 못하는 이유는 공사비 급등 등으로 떨어진 사업성을 보완하고 불어나는 조합원의 분담금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최근 정부가 재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해 의무적으로 건설되는 임대주택 인수가격 산정 기준을 공사비 상승 등을 반영하는 기본형 건축비로 전환해 조합에 돌아가는 비용을 높이고 있지만 가파른 공사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일반분양가를 올려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또 당장은 미분양이 나겠지만 결국은 집값이 오르면서 분양가 이상 오른다는 믿음도 있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이 그 예다. 2022년 말 분양 당시 시장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은 데다 고분양가 논란으로 899가구가 미분양됐지만, 현재는 '로또 단지'로 평가받고 있다. 전용 84㎡형의 경우 분양가가 13억원이지만 현재 20억원 중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세 차익만 7억원이다.

뉴타운 등 신흥 주거지를 중심으로 이같은 학습효과에 분양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방화뉴타운 방화5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정기총회를 열고, 전형 84㎡형 일반분양가를 11억900만~12억5000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방화뉴타운 유일 분양 단지인 '방화6구역(강서 센트럴 아이파크)'의 같은 평형(8억790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비싼 수준이다.

오는 6월 분양에 나서는 성북구 장위뉴타운 장위6구역('장위 라디우스파크 푸르지오') 재개발 조합도 전용 84㎡형 일반분양가를 당초 인근 '장위자이 레디언트'와 비슷한 9억~10억원으로 고려했지만 최근 11억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고심 중이다.

그러다보니 주변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둔촌동의 경우 전용 84㎡ 기준 최근 3개월 동안 아파트 매매가격이 2.35% 올랐다. 같은 기간 강동구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각각 0.61%와 0.65% 오른 것과 비교된다.

가파른 분양가를 낮출 뾰족한 묘수는 없다. 제도적 장치 마련도 전문가들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조합이 시공사와 계약 체결 당시 예상했던 분담금이 그동안 물가, 공사비, 시세변화 등이 반영돼 그보다 더 커졌는데 조합은 이를 '손해'라고 인식한다"면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최대한 많이 받아내려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동산 시장은 실물경기와 맞물려 가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 진작과 금리 완화 등 추가적인 대안이 있지 않으면 분양가 상승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고 봤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제도적으로 가격을 제어할 장치는 없다. 그렇다고 조합원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주택 수요자들이 주변 시세 등 데이터를 꼼꼼히 따져보면서 시장 가격을 주도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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