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 인사개입 문제” vs “농업 특수성 고려해야”

기사승인 2024. 04. 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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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다음달 중순 정기검사 예정
내부통제 부실, 낙하산 인사 탓 시각
100억원대 배임사고 발생 사실 몰라
금융 자회사, 엄격한 기준 적용해야
농협 "인적교류 당연… 특수성 고려"

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의 탑다운식 지배구조를 겨냥하고 나섰다. 앞서 농협은행 등 농협 계열사에서 터진 금융사고들이 중앙회가 전문성없는 인사를 내려보냈기 때문이라는 시각에서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금융지주는 농협은행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기 때문에 금융지주나 계열사와 인적 교류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농촌·농업인 지원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출범한 조직인만큼, 농협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농협중앙회는 농업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이해하는 인물, 즉 비상임이사를 금융지주 이사회에 두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농협중앙회가 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금융계열사에 보내면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본다. 최근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에서 100억원대의 배임 사고와 고객 동의없이 돈을 인출해 무단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되면서다. 다만 최근 NH투자증권 인선 문제로 불거진 농협금융과 중앙회간 갈등 시점과 이번 정기검사 시점이 맞물리면서 업계선 단순히 금융사고 발생 탓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검사권을 이용해 농협중앙회 길들이기에 들어간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강호동 농협회장이 취임 이후 인사권을 행사하는 시점에서 벌어진 갈등 양상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문가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분 100%를 소유했더라도 전문성 없는 인사를 금융에 배치하는 폐단을 막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사고 발생 시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가 지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5월 중순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나선다. 정기검사는 통상 2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금감원 측은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등에 미치는 영향력을 집중해서 들여다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문제로 떠오르는 부분은 농협금융지주 및 은행 임원에 대한 인사 시스템이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이사회가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농협중앙회장 추천으로 비상임이사가 선임된다. 이번에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박흥식 광주비아농협 조합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운영위원회, 보수위원회 등에 참여하는데 임추위를 거쳐 선임되는 다른 사외이사와 달리 비상임이사는 중앙회장의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바로 선임된다. 주주총회도 중앙회장 포함 일부 임원진만 참여해 개최되는 만큼 사실상 후보 추천부터 선임까지 중앙회장의 입김이 100%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비상임이사는 물론 집행임원들이 선임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상임이사는 농협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농업에 전문성이 있는 조합장을 선임해 중앙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얘기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업인의 지원을 위해 설립된 곳인 만큼, 비상임이사를 통해 농협중앙회의 정체성이 유지돼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이사회에 농업 관련 전문가가 포함돼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에 앞서 농협금융과 은행 측에 일반 회사가 아닌 금융 자회사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달라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은행이나 금융지주에 중앙회가 전문성 없는 인사를 앉혀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연결고리가 나온다면 단순히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서 직접적으로 CEO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은 사회적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회사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최대주주라고 해서 마음대로 집행임원 선출을 하지 말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적격한 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농협중앙회의 인사 방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유사한 지배구조 형태를 보이는 수협중앙회가 있어서다.  수협중앙회장 추천으로 선임된 비상임이사는 맡고 있는 위원회가 없다. 리스크관리나 경영평가보상, 감사위원회 등 수협은행 내 위원회를 밑지 않음으로써 수협은행에 '독립성'을 부여한 것이다. 수협은행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대주주는 회사와 이해상충 행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계약이나 인사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최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를 빌미로 농협금융에 대한 검사에 나선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금감원의 검사 취지가 금융사고라기 보다는 농협은행과 금융지주 인사에 개입한 농협중앙회를 겨냥하고 있어서다. 내부통제 부실을 야기한 농협의 지배구조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 금융사고를 일으켰던 은행에 대한 검사와는 방향성이 다르다. 업계서 NH투자증권 사장 선임과 관련해 농협금융과 농협중앙회간 갈등이 시작되면서 금감원이 중앙회 길들이기에 들어간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간 사실상 중앙회장 권한으로 CEO선임이 이뤄졌는데 유독 올해 이같은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농협의 특수성을 감안하고서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금융업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인물을 금융 계열사 임원으로 선임시켰다가 금융사고가 발생하거나 영업적자가 생겼을때, 이에 따른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농협중앙회가 금융 계열사에 대한 임원 선임 과정에서 자격 기준을 높이거나, 독립적으로 외부 위원회를 구성해 자질을 평가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중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만으로 금융사업에 있어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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