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엔터에만 27년 투자…CJ 이미경의 ‘문화보국’

기사승인 2022. 07. 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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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CJ그룹 엔터사업 총괄…1995년 美 드림웍스 투자가 시작
영화·콘텐츠 문화생태계 구축 앞장…IATAS "한류 이끌어온 선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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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국내 자산총액 기준 재계 10위권 기업 중 유일하게 엔터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숫자가 중요한 산업계에서 문화사업은 마이너스다. 사업 특성상 투자 대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는다. CJ는 오너일가인 이미경 부회장이 엔터사업을 맡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재학시절부터 1주일에 영화 1편을 보는 등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유명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과도 격의 없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27년 동안 2조원을 투자하며 빛을 발하지 못하다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하며 이제야 주목받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직접 제작총괄에 이름을 올리고 제작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조급하지 않도록 했다. 계산기를 두드리기 보다는 작품성에 더 신경썼다.

1995년 미국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에 3000억원의 지분투자로 시작된 CJ의 엔터사업이 전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키운 힘이다. 세계도 인정해 오는 11월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2022년 국제 에미상' 공로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그룹의 엔터사업을 이끄는 CJ ENM의 엔터부문과 CJ CGV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코로나19로 2020년 주춤했지만 지난해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CJ ENM 엔터부문은 매출 2조1739억원, 영업이익 1768억원을 기록했으며, CJ CGV는 매출 7363억원, 영업손실 2414억원이다. 특히 CJ CGV는 거리두기 제한으로 매출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지만 지난 1분기 영업손실 54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28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이 79억원 줄었다. 매출은 223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4%나 증가했다. 2분기에는 엔데믹과 함께 영화 관람료 인상 등으로 실적개선이 크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 CGV의 올 영업손실은 1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24억원이나 개선될 것으로 추정했다.

CJ그룹 엔터사업 중 이미경 부회장이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화부문이 주목된다. 아카데미 4관왕의 기생충은 지난 17일까지 누적관객수가 1031만명을 넘어섰다. '헤어질 결심'도 124만명을 기록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브로커는 손익분기점인 150만명 고지를 넘지 못했지만 125만명은 넘기며 자존심을 지켰다.

CJ그룹에서 엔터사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0%대 안팎으로 크지 않지만 주목도는 높다. 현재 CJ는 엠넷, tvN 등을 포함해 20여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티빙이 KT 시즌과 합병을 진행하면서 국내 1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회사로 올라섰다.

이 부회장은 콘텐츠 유통뿐 아니라 제작까지도 공을 들이며 문화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제작사 엔데버콘텐트를 9200억원에 인수하면서 콘텐츠는 물론 글로벌 OTT 유통망까지도 확보하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4월에는 CJ ENM이 자본금 700억원을 투입해 CJ ENM스튜디오스를 설립했으며, 5월에는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네이버웹툰이 각 300억원씩 출자해 합작법인 스튜디오드래곤재팬을 설립하는 등 멀티스튜디오를 구축해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드라마에서 2016년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해 '시그널' '도깨비' '미스터 션사인' '사랑의 불시착' 등의 히트작을 내놓으며 파급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현재 주가가 7만6900원으로 공모가인 3만5000원을 상회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의 가치도 높게 보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미국 하버드대학 시절 외국 학생들이 한국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현상을 접하고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컸다. 스스로 제작총괄에 이름을 올리면서 사업 구조상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엔터사업을 긴 호흡으로 바라봤다. 27년 동안 2조원 투자해 이제야 국제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빛을 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미경 부회장에게 공로상을 안긴 미국 국제TV예술과학아카데미(IATAS)의 브루스 파이스너 회장이 "이 부회장은 25년 이상 한류를 이끌어온 선봉장으로서 탁월한 비즈니스 통찰력과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리더"라고 평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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