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27조 쌓은 정의선, 투자 시점 놓칠까 우려

기사승인 2022. 06.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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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분기 현금성 자산 14조
기아, 13조…2년새 2배 이상↑
공급난 등 복합위기에 적극 대비
美공장 설립·전동화도 본격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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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로고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금 곳간이 매년 불어나 이제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우크라이나 사태·공급망 불안 등 영업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공격 투자’보다 ‘안정’을 택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의선 회장이 전기차 양산을 비롯 신사업 본격화 시점으로 지목한 2025년을 고려하면 2~3년 전, 늦어도 올해는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분기 현금성자산은 27조5429억원이다. 2020년 1분기와 비교하면 2년새 82.1% 늘었다.

양사의 현금성 자산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꾸준히 불었다. 현대차는 2020년 10조3738억원에서 11조352억원으로, 다시 올해 14조1510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3년간 늘어난 금액은 3조7772억원에 달한다. 증가율은 28.2%다.

기아의 현금성자산 증가율은 더 드라마틱하다. 2020년에 비해 두 배 뛰었다. 2020년 4조7449억원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 11조7609억원, 올해 13조3919억원이 됐다. 증가율은 182.2%이다.

현금성자산 뿐 만 아니라 회사의 유동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당좌비율’도 현대차는 탄탄하게 유지를, 기아는 유동성 확보 성과를 냈다. 현대차는 △2020년 118.6% △2021년 119.1% △2022년 118.7%를 기록하며 118%~119%대를 유지했다. 기아는 2020년에 당좌비율이 53.7% 였지만 다음해 72.8%, 올해 81%로 꾸준히 증가했다.

당좌비율이 높은 것은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다는 의미인데, 비율이 100%가 넘으면 유동성이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렇게 현금을 쌓아두는 이유는 지난 2년간 들이닥친 코로나 팬데믹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불안 등 지속되는 경영 불확실성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코로나19 이후 매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경영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화두로 던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러온 소비 위축이 글로벌시장으로 퍼졌고,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지난해부터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공급면에서도 리스크를 안게 됐다. 현대차의 3월 말 기준 국내 미출고 물량은 52만대로 전분기 대비 29%나 증가했다.

특히 올해들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내 생산·판매는 ‘셧다운’ 상태다. 1분기 러시아 산업수요는 전년대비 30% 이상 하락했으며 당사의 판매 역시 소매기준으로 전년대비 25% 감소했다. 러시아 시장은 도매 기준 현대차 전체 판매의 약 5%를 차지한다.

현대차는 대외적 상황에 대비해 2020년부터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은 2020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유동성 관리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매번 실적발표 자리에서 외부 환경에 따른 불확실성 개선을 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고 언급했다.

기아는 2025년까지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CFO) 부사장은 지난해 3분기 경영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부적으로 지금보다 더 높은 유동성을 갖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판단, 2025년까지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한다”며 “만일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적 유동성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안정 경영을 택했지만, 산업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도 멈출 수 없는 상황에 현대차·기아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현대차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존의 중장기 전략인 ‘2025 전략’을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일부 조정했다.

특히 과도기인 2022년 목표치는 일부 하향 조정했다. 전략 투자에 나선다던 비용 61조1000억 원 역시 약 1.6%(약 1조 원) 줄이기로 했다. 다만 전기차와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 등에는 애초 투자계획보다 43%나 확대했다.

현대차와 기아 등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국내외에서 76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잡고 있다. 미국에는 13조3000억원을 들여 전기차 공장 설립 등 투자에 나서며, 국내에는 전동화·친환경, 신기술·신사업,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에 6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가장 빠르게 투자가 예상되는 부분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과 기아 화성 PBV(목적기반모빌리티) 공장이다.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에 6조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기아 화성공장도 최소 수천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전기차공장과 기아 PBV화성공장이 2025년 양산에 들어가려면 최소 2년 전에 착공을 시작해야 한다”며 “그에 맞춰 투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기업 차원에서 대외환경에 대한 대비가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미래 투자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최대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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