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중국·베트남 ‘쓴 맛’ 본 이마트, 해외사업 ‘우회전략’

기사승인 2022. 06.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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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베트남 이마트 사업에서 고배
해외 진출때 마스터 프랜차이즈
현지회사 인수로 인프라 등 확보
진출 2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
인플레이션·인건비 상승 등 과제
17-강희석-해외진출-투트랙-전략
마켓파워
‘중국시장 진출 20년 만에 사업 철수, 베트남 시장 진출 5년 만에 100% 지분 매각.’

1997년 중국 상하이에 이마트 1호점을 오픈한 이후 25년간 해외사업에서 거둔 이마트의 흑역사다. 만만했던 아시아시장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저렴한 인건비, 커가는 소비시장에 빠르게 선점하면 될 줄 알았지만 현지 정부의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중요한 인허가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출점이 막혔고, 이는 곧 실적에 반영돼 적자만 쌓였다. 중국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적자만 1500억원을 안고 철수했다.

중국과 베트남서 쓴맛을 본 이마트는 2018년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해외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현지 정부의 규제가 강한 아시아는 브랜드 로열티를 받고 상품을 공급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미국 시장은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의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미국 시장 진출 2년 만인 202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해외사업 영업손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미국이 현재 역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상황에다 인건비마저 치솟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 승패여부도 여기에 달렸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의 해외사업은 2017년 중국 시장 전면 철수 후 2018년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급격히 성장했다. 2018년 6213억원이던 매출은 2021년 1조6160억원으로 3년 만에 160%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도 154억원 적자를 봤던 것이 지난해에는 245억원의 이익을 봤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2016년에만 216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중국 사업을 접고, 2015년 1호점 개점 이후 5년째 멈춘 베트남 사업을 현지 유통업체 타코(THACO)에 매각하며 마스터프랜차이즈로 전환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2018년 12월 미국 프리미엄 식자재 유통사인 ‘굿푸드홀딩스’를 3070억원에 인수하며 커진 미국 해외사업의 성과가 더해졌다. 이마트는 ‘굿푸드홀딩스’와 ‘뉴시즌스마켓’까지 연이어 인수하며 미국 시장 진출 2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미국 사업 지주사격인 PK리테일홀딩스가 지난해 거둔 매출만 연결기준으로 1조6929억원이다. 영업이익도 26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0억원이 늘었다. 미국 점포수도 2019년 27개에서 2021년 52개까지 빠르게 늘었다.

올 3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부촌인 어바인에 PK리테일홀딩스의 독자브랜드 ‘뉴파운드마켓’ 1호점을 열고 프리미엄 식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뉴파운드마켓은 지역 특산물과 유기농 제품 위주의 식료품을 판매하고 레스토랑이 결합된 콘셉트의 매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3.7% 성장한 8024억달러(약 918조원)규모다. 특히 유기농,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마트의 미국 시장 전략과도 일치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의 실패가 큰 교훈이 된 것 같다”면서 “특히 직접 진출보다는 이미 기반을 닦은 현지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안착하며 독자브랜드를 론칭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은 성패를 논하기는 이르다. 2021년 PK리테일홀딩스의 당기순이익은 39억원으로 전년 203억 당기순손실에서 흑자전환했지만 올 1분기 또다시 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안정적인 수익성은 얻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는 현지 업체의 인수 효과인 만큼 지속적인 수익원 확보가 필요하다. 독자브랜드 ‘뉴파운드마켓’ 개점 이후부터가 관건이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상승이 문제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미국 기업과 정부의 인건비 지출 증가 폭은 4.5%로 2001년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인플레이션도 8.6%로 40년 만에 역대 최고였다. 높은 물가로 경제성장이 둔화할 우려까지 커졌다. 그 영향으로 PK리테일홀딩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7억원 감소한 24억원에 그쳤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프리미엄 식품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특히 아시아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 성장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인건비가 계속해서 올라 이 부분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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