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한국조선해양, 3개월새 주가 30%↓…정기선 역할론 부각

기사승인 2021. 10. 14.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현대重 중간지주사 '투자심리' 위축
주가 3개월째 고점 대비 30% 하락
대표 내정 된 정기선 '경영 시험대'
신주 받게 될 산업은행도 고심 깊어
"기업결함 심사·미래가치 지켜볼 것"
clip20211013171524
2021090801010006879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계륵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간지주사라는 애매한 위치 탓에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주가가 최근 3개월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게다가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조선해양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가 3세인 정기선 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내정되자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조선부문의 대표를 맡게 되면서 경영 능력을 평가받게 됐다. 한국조선해양이 최근 목표치 이상의 수주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주가 부양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넘기고 한국조선해양의 신주를 받게 될 산업은행도 난감한 상황이다. 2019년 계약을 체결할 당시 산업은행에 쥐게 될 한국조선해양의 지분가치는 2조원 수준이었지만, 주가 하락으로 현재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가 선행 조건인 만큼 심사의 진행 여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이날 주가는 9만5700원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 주가 고점인 13만5000원보다는 29% 하락한 상태다.

주가 약세는 후판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829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연간으로는 후판 가격 협상에 따라 충당금이 환입돼 7539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기존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중간지주사로 설립됐으나 매년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 2019년 290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0년 744억원 등으로 감소했다.

최근 조선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조선 빅3인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3개월 고점(3만3550원) 대비 31% 하락한 2만3250원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은 고점(6720원) 대비 9% 떨어진 6130원을 기록했다.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상장도 한국조선해양에는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으나 최근 조선주 약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의 IPO를 발표한 지난 1월 26일 10만6000원이었던 주가는 소폭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5월 중에는 16만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지연되고 있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증권사들은 한국조선해양에 대한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재무건전성은 양호하다는 평가다.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14.6%로 지난해 말(103.2%) 대비 소폭 올랐으나 양호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같은 기간 현금비율은 38.9%에서 48.6%로, 유동비율은 136.7%에서 137.4%로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의 IPO,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이 재무건전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최근 수주 확대로 인해 운전자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사장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룹을 지배하기 위한 지분 확보와 함께 경영 능력을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 사장은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 5.26%를 보유하고 있는데, 부친의 지분(26.6%)을 넘겨받아야 한다. 한국조선해양의 실적 개선과 주가 부양도 중요한 과제다.

올해 성공적인 선박 수주로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미 194억 달러를 수주하면서, 목표 수주량인 149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수주 관련 실적은 1~2년 후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순수 조선주인 현대중공업의 지분 29.72%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자회사 가치도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R&D 전문회사로서 조선산업 원천기술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중간지주사로서 조선 계열사간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IPO로 가치가 일부 희석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현대중공업 등 자회사가 성장할수록 한국조선해양도 같이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넘겨주고, 한국조선해양의 신주를 받게 되는 산업은행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9년 초 보유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의 보통주를 한국조선해양에 현물출자하고, 한국조선해양은 산업은행에 보통주와 우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한국조선해양이 발행하는 신주의 1주당 가격은 13만7088원으로 정해졌는데, 금액으로는 2조원이 넘는 규모였다.

하지만 한국조선해양의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산업은행이 받게 될 신주의 가치도 30% 줄어든 상황이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는 1조5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했던 자금이 7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공적자금 회수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역시 같은 기간 30%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기업결합 심사가 선행돼야 신주를 받게 되는 만큼 단기적인 주가 흐름은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선행조건인 결합 심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영업상황 등에 따라 주가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미래 가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기사 의견쓰기